과한 공사의 기준
'과한 공사'는 비싼 공사가 아니라, 내가 사는 동안 그 값을 회수 못 하는 공사입니다
저장해둔 인테리어 사진 폴더를 열어놓고, 이건 꼭 하고 싶다고 표시해둔 항목이 열 개쯤 되는 분. 그런데 견적을 받아보니 예산이 반밖에 안 되어서, 뭘 포기해야 할지 몰라 며칠째 결정을 못 하고 계신 분.
이럴 때 흔히 쓰는 방법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비싼 것부터 자르기. 다른 하나는 "이왕 하는 거 한 번에 다 하자"고 대출(예산)을 늘리기. 저는 둘 다 다시 생각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준이 금액이지 회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싸다고 과한 게 아니고, 싸다고 알뜰한 게 아닙니다.
제가 쓰는 정의는 이겁니다. 과한 공사 = 내가 그 값을 돌려받지 못하는 공사. 요즘 대한민국에 주식이 유행인데요. 주식에는 ROE라는 개념이 있죠. Return on Equity인데요. 즉, 투입한 자본(에쿼티) 대비 얼마나 많은 이익(리턴)을 냈느냐로 회사를 판단하는 지표입니다. 고ROE면 같은 자본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지표죠.

인테리어에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Return" = 집에 거주하면서 내가 느끼는 효용감, 실용성, 청소 유지 관리를 위한 시간 감소, 나와 내 가족의 기분. 그리고 예쁜 집. 단, 여기서 예쁨은 내가 매일 보고 기분이 좋아지는 예쁨입니다. 남한테 보여줄 때만 작동하는 예쁨은 리턴이 아니라 비용입니다.
그래서 같은 공사도 사람에 따라 판정이 갈립니다. 누군가에겐 좋은 선택이 우리 가족에겐 회수가 잘 안 되는 과한 공사가 될 수 있습니다.
기준은 두 개만 보시면 됩니다.
첫째, 여기서 몇 년 사시는가. 청소 시간이든 난방이든 매일 조금씩 갚는 항목은 오래 살수록 회수됩니다. 5년, 10년 사실 집이면 그 항목들은 비싸도 과한 게 아닙니다. 반대로 곧 세를 놓거나 정리하실 집이라면, 돌려받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 다음 사람입니다. 그때는 그 항목이 과한 공사가 맞습니다.
둘째, 그 리턴이 나에게 오는가, 남에게 보여지는가. 청구서·시간·기분·가족 기분은 나에게 오고, 사진은 남에게 갑니다.
단점을 인정하겠습니다. 이 기준으로 고르면 집이 화려해지지 않습니다. 매일 일하는 항목은 대개 조용하거든요. 실용에 예산을 몰았으니 겉이 심심해지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게 아쉬운 분은 이 기준이 안 맞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그때도 2~3개까지만 정해서 '보여주는 항목'으로 쓰시라고 말씀드립니다. 3개를 넘어가면 인테리어 진행 시 기준이 '합리적인 예산'이 아니라 '취향'이 결정하는 겁니다.
제 집이면요, 저는 매일 갚는 항목을 먼저 채우고 남는 예산으로 눈에 보이는 걸 합니다. 배제할 건 "이왕 하는 거 다 하자"는 습관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습관 얘기고, 저도 그렇게 해본 적이 있습니다. 이 기준을 갖게 되면, 예산이 부족해서 못 하는 사람이 아니라 본인 상황에 안 맞는 항목을 스스로 덜어낼 줄 아는 사람이 됩니다. 안 하기로 정한 항목을 설명할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 견적서가 안 무섭습니다.
IN인체인지 이대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