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수리하지 않으면, 정말 0원일까요?
"인테리어는 과소비다. 그냥 기본만 하면 된다." 이런 댓글 제 컨텐츠에 종종 달립니다. 일부 동의하는 바입니다. 안 해도 되는 공사가 실제로 많거든요. 저도 앞 글에서 기본만 하시라고 말씀드린 항목이 여럿 있습니다.
다만 이 말은 공사비 5천만 원과 0원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하는 쪽은 5천만 원, 안 하는 쪽은 안 썼으니 0원. 이렇게 놓으면 당연히 안 하는 쪽이 이깁니다.
"그런데 구축에서 안 하는 쪽은 0원이 아닙니다."
경제 용어로 기회비용이라는 게 있죠. 뭘 선택하면 포기하게 되는 다른 것의 값입니다. 공사를 안 하기로 정한 집은 0원을 내는 게 아니라, 다른 걸 계속 냅니다.
겨울마다 나오는 난방비와, 추워서 안 쓰게 되는 방 하나. 언젠가 터지는 누수와, 그때 들어가는 수리비보다 더 큰 시간과 아랫집과의 대화. 줄눈 라인이 많아서 매주 15분씩 더 걸리는 욕실 청소. 자리가 없어서 거실에 나와 있는 짐과, 그걸 보며 매일 조금씩 쌓이는 짜증. 이것도 전부 청구서입니다. 견적서에 안 적혀 있을 뿐이죠. 그래서 안 하는 쪽이 공짜처럼 보입니다.

10년 살 집이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하나씩 보면 15분입니다. 그런데 이게 욕실이고, 주방이고, 걸리는 문이고, 갈 데 없는 짐입니다. 매주 반복되는 항목이 열 개쯤 붙으면 그게 그 집에서의 주말이 됩니다. 그리고 이 시간은 대체로 집에 더 오래 머무는 사람이 먼저 돌려받습니다. 저는 이게 인테리어에서 제일 저평가된 항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집 때문에 서로 한마디씩 하게 되는 일이 줄어드는 것 말입니다.
단점도 말씀드립니다. 이 계산이 안 맞는 집도 있습니다. 2~3년 뒤 정리할 집, 단열과 방수가 아직 살아 있는 준신축. 여기서 같은 공사를 하면 그건 소비가 맞습니다. 회수할 기간이 없으니까요.
제 집이면요, 저는 예산이 부족할수록 시간과 스트레스를 돌려주는 항목부터 채웁니다. 단열, 방수, 청소를 줄여주는 마감, 짐이 들어갈 자리. 예뻐서가 아니라 매일 돌려받아서요. 5천만 원이 비싼지 아닌지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비교 대상이 0원이 아니라는 것부터 보셔야 합니다. 배제할 건 사람이 아니라 "안 고쳤으니 안 쓴 거다"라는 계산법입니다.
IN인체인지 이대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