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이 모자란 상황이라면...
예산이 모자라면 금액이 큰 항목부터 줄이라고들 합니다. 구축아파트 올수리 견적에서 그 첫 줄은 대개 샷시 교체죠. 30평대에 브랜드 창이면 보통 1천만 원을 넘으니까요
저는 반대로 말씀드립니다.
창호가 먼저 잘리는 건 고객이 몰라서가 아닙니다. 견적서에서 창호는 공사 뒤에 티는 덜 나는데 숫자는 큰 줄이거든요. 그래서 샷시는 필름만 붙이고 안쪽만 고치거나, 안쪽 창만 바꾸는 선택이 나옵니다. 그런데 바람과 비를 먼저 맞는 건 바깥 발코니 창이에요.
집을 사기 전, 저는 같은 단지의 수리 안 된 집에 전세로 살았습니다. 난방을 켜도 코가 시려서 이불을 얼굴 끝까지 덮고 잤어요. 그 집에서 가장 크게 남은 기억은 그냥 추웠다는 겁니다.
기준은 되돌릴 수 있느냐입니다. 벽지는 살면서 다시 바를 수 있지만, 샷시는 한 번 하면 10년 넘게 씁니다. 준공 20년이 넘었고 창이 준공 때 그대로이거나 바꾼 지 10~15년이 넘었다면, 발코니 창까지 포함한 교체는 쓰세요. PVC 창이어도 마찬가지예요.
만약 예산이 부족하시다면, 벽지처럼 다시 할 수 있는 마감은 기본만 하셔도 됩니다. 안쪽 창만 바꾸는 교체는 하지 마세요. 차라리 바깥쪽 발코니전용창을 교체하세요.
팔 때 돌아오는 몫도 있어요. 국세청은 베란다 샷시비를 양도세 계산 때 빼 주는 자본적 지출로 보고, 벽지·장판 교체비는 빼 주지 않습니다. 공사 영수증은 꼭 챙겨 두세요.
단점도 있습니다. 창호 예산을 지키면 눈에 보이는 마감 몇 곳은 한 단계 낮춰야 하고, 완공 사진은 덜 화려해 보일 수 있어요. 최근 10년 안에 창을 바꾼 집이나 재건축으로 몇 년 안에 비울 집에는 이 기준이 맞지 않습니다.
제 집이면요, 예산표에서 창호 줄은 맨 마지막에 지웁니다. 겨울에 코 시린 집에 살아본 사람은 창부터 보거든요. 버릴 건 창호가 아니라 큰 숫자부터 지우는 습관입니다. 상담 전에 우리 집 창을 언제 바꿨는지만 확인해 두세요.
IN인체인지 이대표였습니다.